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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학생활

(2024/5/18) 미국 박사과정 첫 1년을 마무리하며

바쁘다는 핑계로 블로그에 글을 거의 반년만에 쓰게 되었다.ㅋㅋㅋ 역시 뭐든 꾸준히 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.
 
종강한 지는 2주 정도가 되었지만 이제야 박사과정 첫 1년을 마무리하는 기념으로 글을 끄적여본다.
미국에서 PhD student로서 첫 academic year를 마치는 총평은: 연구나 공부가 결코 쉽지는 않지만 (나름) 재밌고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다! 이다. 주변에서 유학 1년차가 가장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출국 전 걱정이 많았었는데, 생각보다 공부나 생활 면에서 적응하기는 수월했던 것 같다. 당연히 주변 도움이 많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...!
 
미국 위스콘신 대학을 다니며 느꼈던 한국에서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학교 차원에서 학생들 '정신건강'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이었다. 학교 전체 그리고 간호대 내 상담 프로그램이 잘 발달되어 있으며, 교수님들 전체적으로 마음이 힘들면 꼭 이야기라하고 강조하는 것 같다. 학생들 스스로도 이게 힘들다, 저게 힘들다 스스럼없이 말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. 강하게 큰(?) 한국인으로서 이런 분위기가 처음엔 잘 적응되지 않았지만, 분위기에 힘입어 나도 고민이 커지기 전에 지도교수님 께 말하기 시작했다. 그런데 오히려 고민을 둘러싼 문제가 빨리 해결되는 경우가 많아 좋았다. 
 
미국 역시 학교나 연구실마다 다르겠지만, 나는 운 좋게도 정말 좋은 지도교수님을 만난 것 같다. 내색은 잘 못하지만 사실 나는 교수님의 열렬한 팬이다... 교수님은 내가 하고싶은 연구주제를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격려해주시는 것과 동시에, 필요할 때는 푸쉬도 해주셔서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. 교수님께 피드백 받고싶은 원고를 가져가면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 엄청 꼼꼼하게 피드백을 해주셔서 항상 감동받는다. 인간적으로도 너무너무 좋은 분이신데, 나중에 이런 교수가 되고 싶다고 자주 생각하게 된다.
 
위 두 문단에서 미국 대학원 생활을 흠잡을 데 없는 것처럼 묘사해두었지만, 사실 겨울에는 우울한 순간들이 꽤 있었다. 겨울방학 때 남자친구가 매디슨에 다녀가고 꽤나 센 향수병이 왔었다. 한국 집에서 가족들이랑 다시 오손도손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, 퇴근 후 먹는 소맥과 김치찌개 그리고 왁자지껄한 포차가 너무 그리웠다. 첫 학기와 겨울 방학때 열심히 달렸던 터라 좀 지쳐 있었고, 춥고 흐린 매디슨의 겨울 날씨는 우울감을 강화시키기만 했던 것 같다. 이런 종류(?)의 감정- 우울감, 외로움, 공허함의 조합-은 거의 처음 느껴봤던 것 같고, 생각보다 오래가서 조금 놀랐다. 다행히 2월 말에 다른 도시로 학회를 다녀오면서 많이 괜찮아졌었다. 사실 이런 감정들은 유학생활을 한다면 피할 수 없는 것 같은데, 다음 겨울은 좀더 슬기롭게 지낼 수 있도록 쉬고싶을 때 쉬고, 가능하다면 취미도 다양하게 만들어 즐겨봐야겠다.
 
어쨌든, 미국 박사과정 1년을 끝마친 나 자신 축하한다! 당분간은 일보다는 따뜻하고 맑은 매디슨의 날씨를 즐겨볼 생각이다.ㅋㅋㅋ